
찔레꽃 슬픔 - 信士 박인걸
하얗게 피어난 건 꽃이 아니라 허기였다.
초목은 푸르러도 메마른 바람만 불어
보릿고개 가파른 언덕 넘고 넘어도 끝은 없고
움푹 파인 아이들 눈망울엔 눈물조차 말라
찔레 순 꺾어 문 입술엔 비릿한 풀 내음만 고였다.
해마다 춘궁기는 소리 없이 찾아왔고
핼쑥한 얼굴에 창백하게 번진 마른버짐
웃음 잃은 아이들 얼굴에 핀 슬픔의 무늬
어머니는 밭고랑에 앉아 마른 흙만 매만지며
차마 삼키지 못한 서러움을 가슴 깊이 묻었다.
길섶에 핀 찔레꽃은 왜 그리도 눈부셨는지
배고픈 영혼들이 산비탈에 흩뿌려놓은
새하얀 쌀밥 같아 차마 못 삼킨 통곡의 노래
향기조차 사치였던 가난의 긴 터널에서
아이들 얼굴은 가시보다 더 아프게 여위어갔다.
세월은 흘러도 흉터로 남은 꽃잎 하나
풍요의 시대 뒤편에 웅크린 옛 기억의 그림자
생존이란 이름으로 견뎌낸 그 모진 아픔
찔레꽃 지는 소리에 문득 가슴이 저며오는 건
세월이 흘렀어도 내 안에 웅크린 어린아이 가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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