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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날씨 - 최연수

HIIO 2019. 6. 2. 22:14

찢어진 날씨



그해, 우리에겐
여러 개의 문이 있었다
구름이 걸어와
진창을 열어젖혔지만
이미 다녀간 햇살에 대해서만 우리는 말했다

비를 괴려면
박쥐날개를 펼쳐야 했지만 입술은 성급한 잇몸부터 보여주었다
마을에선
두꺼비를 찾는 눈들이 소주병을 열고 들어갔다

여름을 열면
꽃무늬가 흐드러졌다
습지에 익숙한
외출이 해를 펼쳤지만 내일은 미리 시들었다
녹슨 한낮은 자주 삐걱거렸다

어디선가 울퉁불퉁 계절 한 겹 껴입었을
사라진 두꺼비들
마른 혀가 쉴 새 없이 핥는 정오는 금세 닫히고
나는 자주 눈을 감았다

행운을 뒤지던 눈들이 사라진 날씨는
사소한 기분에도 자주 찢어졌다

- 최연수 시 '찢어진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