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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무 - 신사 박인걸
HIIO
2025. 5. 2. 09:30
먼 나무 - 신사 박인걸
서귀포 바닷바람 맞으며
먼 나무 먼 하늘 바라보며 서 있다.
붉디붉은 열매 별처럼 가지마다 깃들고
바다 향기 품은 초록 숨결 사이로
기도처럼 햇살이 내려앉는다.
아주 먼 데서 온 사연이 하도 많아
이리도 붉게 맺혔는가.
낯선 발길도 고운 손길로
먼 나무는 하나같이 품어 안는다.
늦가을 등에 업고 천천히 흔들리며
지난여름의 노래를 기억하고
먼 추억도 가까운 꿈도
붉게 물든 가지에서 잠들었다.
아득한 길 끝에 닿은 먼 나무 아래
누구나 마음 한 조각 내려놓고
머나먼 길 떠났던 마음들도
살포시 돌아와 쉬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