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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 - 신사 박인걸

HIIO 2025. 9. 8. 10:15

가시나무 - 신사 박인걸

가시에 걸린 바람이
상처 입은 손등을 스치며
부드러운 표정으로 다가와도
가시는 곧바로 날을 세운다.

누구든 그 곁에 서는 순간
살은 긁히고 핏방울 기어이 부른다.
언제나 등을 돌리는 매정함이
가지마다 웅크린 채 숨어 있다.

수시로 칼날을 가는
공포의 분위기
잎 대신 흔적 꽃 대신 상처
세상은 이토록 어둠만 깊어진다.

쓸만한 나무는 잘리고
가시나무만 웃자란 숲에는
새들도 오래전에 떠나고
얼룩진 침묵만 깊게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