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이 대립될 때는 소수 의견에 따른다. 2대 1로 의견이 나뉠 때 ‘1’인 사람의 의견에 따른다는 것이다. 나머지 둘이 찬성하는 일에 반대할 때는 그만큼 확고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다.
'영국 잡지가 뽑은 1등 식당 스페인 '엘 세예르 데 칸 로카' '중에서 (중앙일보, 2013.10.18)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의 '엘 세예르 데 칸 로카(El Celler de Can Roca). 영국 잡지 '레스토랑'이 지난 4월 선정한 '2013년 세계 최고 레스토랑'이자 미슐랭 3스타 식당입니다.
1986년 문을 연 이 식당은 로카 삼형제가 함께 운영을 합니다. 11개월 이내의 예약을 받는데 새로운 달의 예약을 받는 매달 1일에 11개월 후의 예약이 모두 마감된다고 합니다. 같은 지역에 있는 유명 식당인 '엘 불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이 로카 삼형제의 의사결정 방법이 인상적이어서 경제노트에 소개해드립니다. 큰형은 메인요리를, 둘째는 와인을, 막내는 디저트를 맡고 있는데, 그들은 모두 도보 5분 이내 거리에 모여 살면서 매일 저녁 식사 서비스가 끝난 뒤 대화를 나눕니다.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세 형제의 기술과 요리 컨셉트가 조화를 이룰 수 있으니까요.
그들은 의견이 대립될 때는 소수 의견에 따른다고 합니다. 2대 1로 의견이 나뉠 경우, 소수인 그 한 사람의 의견에 따른다는 겁니다. 그 이유가 눈길을 끕니다. 나머지 둘이 찬성하는 일에 그 한 사람이 반대한다면, 그만큼 확고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그들은 또 좋은 맛을 내기 위해 몇몇 재료는 직접 키워 얻습니다. 식당 근처에 밭을 만들어 배추와 콩, 토마토, 무화과, 멜론, 가지 등을 키웁니다. 물론 필요한 재료를 다 직접 키워 얻는 건 아니지만, 밭의 변화를 보면서 재료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할 수 있는 것이 좋은 맛을 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었습니다.
다수결이 아니라, 2대 1로 의견이 나뉠 경우 소수인 한 사람의 의견에 따르며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요리사 삼형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한 의사결정 방법이지만, 분명 '혁신'과 '도전'을 추구하는데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기업경영이나 개인의 자기경영에서 매번 소수쪽의 의사에 따르는 결정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무언가 결정을 내릴 때는 이 삼형제를 떠올리면서 혁신과 새로운 시도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