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리꽃 - 박인걸 가로공원 석조물 아래 누가 도시를 밝히라고 켜놓은 등불인가. 주황빛 꽃잎 곱게 피워올려 먼 길 돌아온 이의 얼굴을 건넨다. 도시 새들이 아침을 불러내면 어둠에 갇혔던 세상이 기지개를 켜는데 너는 어쩌다 산골 풀밭을 떠나서 공해 가득한 도시의 틈새까지 내려왔느냐. 연실 내뿜는 자동차의 매연에도 새벽 별빛 한 모금 이슬로 머금고 돌 틈에 가만히 뿌리를 내리는 마음 아지랑이 곱게 피어나던 고향 냇가 수줍은 산골 소녀의 눈망울 같은 가슴속 오롯한 이름 하나 품었기에 너는 시끄러운 길 한복판에서도 그토록 환하게 웃을 수 있구나. 한여름 도시의 뜨거운 길모퉁이에서 너는 오래전 고향 언덕의 바람을 불러오고 잊고 살았던 한 소녀의 눈망울 하나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 피워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