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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심을 낚아채는 매발톱 꽃 - 백승훈

춘심을 낚아채는 매발톱 꽃 - 백승훈  어린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어머니는 내게 병아리를 돌보라 하시곤 들로 나가시곤 했습니다.안마당에 풀어놓으면 노랑 병아리들은 어미닭을 따라 다니며담장에 늘어진 개나리꽃을 쪼기도 하고모래를 파헤쳐 모이를 찾기도 하며 평화롭게 뛰놀았습니다.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어미닭이 급하게 꾹꾹꾹, 큰 소리를 내며 신호를 보내면병아리들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재빠르게 어미닭의 품속으로 숨었습니다.그때마다 고개 젖혀 하늘을 올려다 보면어김없이 솔개 한 마리 공중에 떠서빙빙 맴을 돌며 날고 있었지요.잠시라도 방심하면 병아리를 채가는솔개의 발톱을 빼닮은 매발톱 꽃을 보면어린 날의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납니다.매발톱 꽃은 생김새도 독특하고 꽃빛도 다양하고 고와서집에서도 관상용으로 많이 키..

좋은 글 2024.05.10

모란꽃 앞에서 / 정심 김덕성

모란꽃 앞에서 / 정심 김덕성아침 햇살 빛나는데불타오르는 붉은 함박웃음으로해맑게 다가오는 모란꽃빨갛게 물들인 듯반갑게 만난 정열의 여인 모란꽃바람에 꽃잎 흔들리는 그리움붉은 사랑을 토해낸다모란이 꽃 피는 계절꿀벌들 달콤한 사랑을 나누는데꽃송이 속에 다가오는 추억들고요하던 마음이 설렌다오월의 첫 날활짝 핀 모란꽃이 다 진다해도아쉬움이 가슴을 메어져도다시 모란이 피는 날까지잊지 않고 기다릴게요

좋은 글 2024.05.07

제비꽃 전설 - 박동수

제비꽃 전설박동수먼 하늘을 보았네.파란 하늘이 빛이 나고어디론가 훨훨 날고 싶었지평화로운 세상 꿈꾸다여위어가는 작은 생명안고먼 하늘나라로 갔지만다시 그대 보고 싶어이른 봄 아침부터멍든 자주 빛 머금고길섶에도 돌담 사이에도뿌리내리고 푸른 그리움기다려 보고 있네.울고 웃고 싶을 때가슴속 메마름보라 빛 꽃 물 드리우고가슴속 맺힌 마음뿌리로 갈무리하고제비 되어 날고 싶네.

좋은 글 2024.05.06

선인장과 할머니 - 김승기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선인장과 할머니 김승기성냥갑 같은 방안화분으로 창가에 놓여져담배 연기를 호흡해야 하는 생활화살처럼 쏟아지는 시선이 따갑습니다뭉툭한 줄기 가시만 삐죽빼죽「왜 이렇게 못 생겼어요?」빙그레 웃으시던 할머니의 얼굴불면증으로 시달린 끝의 서툰 잠그래서 꾸는 가위눌린 꿈삶의 멍에가 되었습니다평생 듣지 못한 할머니의 고향「그립지 않으신가요?」미간 찡그리시던 할머니의 얼굴언뜻 회한의 그림자를 무심코 보았습니다바람이 시퍼렇게 칼날을 세우는 겨울밤그 피멍든 세월을 어루만지시더니어느 봄날마침내 한 송이 꽃을 커다랗게 피우고 나서별이 되신 할머니그립습니다몸 속에 흐르는 할머니의 유전인자뭉툭툭한 줄기 투박한 껍질을 쓰고삐죽삐죽 엉성한 가시 사이로지금 한낮의 햇살이..

좋은 글 2024.05.03

5월 - 박인걸

5월푸른 색깔의 절정계절의 전성기아름다움의 극치꽃들의 찬란한 행진부러울 것 하나없는 자부심젊음보다 더 젊은 기력마음껏 춤추는 유희끝없는 도전과 모험방황하나 없는 자신감지치지 않는 움직임형용사가 모자라는 경치눈이 닿는 공간마다충만으로 채워진 만족함비바람에 흔들릴 지언즉뻗어나가는 의지아무도 허물수 없는초록빛 세상이여!

좋은 글 2024.05.02

4월의 아쉬움 / 정심 김덕성

4월의 아쉬움 / 정심 김덕성4월이 떠난다봄 향기 속에 눈물을 머금으며아쉬움을 안고 고요하게따뜻이 내려앉은 햇살봄 속에 찾아온 길가에 아지랑이상큼한 풀내음이코를 간지럼 피는 4월곱게 장식한 봄꽃들진달래꽃개나리 목련 벚꽃 라일락형형색색 아름답게 피어꽃의 향연이 열리고가고 옴은 자연의 조화파릇파릇 비집고 피어나는 나뭇잎씽씽한 초록빛이 더 아름다워신록의 향연을 이어놓고떠나는 4월 아쉬움

좋은 글 2024.04.30

철쭉꽃 앞에서 / 정심 김덕성

철쭉꽃 앞에서 / 정심 김덕성봄비 뿌리며 다녀간 자리에햇살이 시리게 빛나는 길섶 화단에는지금 막 불꽃 피며 꽃잎과 입맞춤온통 붉게 불타는 꽃의 향연고운 품위를 자랑하는 꽃진달래가 여리고 은은한 소녀라면철쭉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인붉게 물들이며 뽐내누나무리지어 붉게 토해내는정열적인 젊은이를 느끼는 사랑의 꽃무엇에도 굽히지 않는 강인함으로사랑의 기쁨 주는 꽃이란다짙은 꽃향기로 사로잡으며아름다운 탄성이 울려 퍼지는데붉은 이미지 지닌 요염한 사랑의 여인누가 그냥 지나칠 수 있으리오저 철쭉꽃 여인의 앞을

좋은 글 2024.04.29

노랑제비꽃- 백승훈

노랑제비꽃.- 백승훈..  봄이 오면 찾아가는 제 고향 뒷산에저만 알고 있는 노랑제비꽃 군락지가 있습니다.꽃샘바람 매운 산기슭 묵은 낙엽 사이로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환하게 웃고 있는 노랑제비꽃.그 귀여운 모습 보고 싶어 봄마다 찾아가지만무작정 찾아간다고 아무 때나 만날 수는 없습니다.어느 때는 너무 일러 꽃이 피지 않았고어느 때는 너무 늦어 이미 지고 없습니다.사람처럼 미리 약속하고 만날 수도 없는 꽃이라어쩌다 못 만나고 돌아설 때면 허탈한 마음에죄 없는 노랑제비꽃을 원망한 적도 있었습니다.하지만 산을 내려오며 곰곰 생각해 보니순전히 때를 맞추지 못한 나의 잘못이었다는 뉘우침과 함께때를 맞춘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내일 모레는그리운 사람들 모두 만나는 즐거운 설날입니다.때를 놓..

좋은 글 2024.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