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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참빗살나무 퍼포먼스 - 김승기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한겨울의 참빗살나무 퍼포먼스  김승기 亡國의 恨 서린 영혼이 잠들어있는 홍유릉순종황제 묘역의 재실 담장 모퉁이새빨간 열매만 주렁주렁벌거숭이 앙상한 참빗살나무 두 그루피 묻은 참빗으로한겨울 헝클어진 역사를 빗질하고 있다이제는 화석이 되어버린그 풋풋했던 신록의 봄날돌이켜보면 그리 먼 시간도 아닌데어찌 회한의 통곡보다 아득한 그리움이 먼저 앞설까화려하게 꽃 피우지 못했어도이렇게 주렁주렁 열매 맺은 것으로 기쁘다 해야 할까여전히 한낮이면 햇살 홀로 따사로운데걸핏하면 한밤에 튀어나오는 일본 각료의 망언들번쩍번쩍 섬광으로 튀어 온몸 찌르는칼춤 바람이 어지럽다지금은 박물관의 그림처럼 붙박여 버린 겨울다시 새봄을 꿈꿀 수 있을까너는 몸부림치고 있지만참빗살 사이로 빠져나오는..

좋은 글 2024.11.29

첫눈 오는 날 - 박동수

첫눈 오는 날 - 박동수 낙엽과 함께 떠나버린 빈자리에 하얀 눈이 쌓여가고 상처 자국처럼 남은 흔적들이 차갑게 식어가는 첫눈 오는 날 함께 했던 기억이 가시에 찔린 상처 되어 낙엽을 쓸고 오는 눈바람에 아픔만 더 깊어가네 아름답던 푸른 계절의 사연들이 눈바람에 흩어지는 날 반복되는 기다림은 다시 돌아올 봄을 위해 바보처럼 시간을 접고 있네

좋은 글 2024.11.28

은행나무의 사랑 / 정심 김덕성

은행나무의 사랑 / 정심 김덕성나뭇잎 한 잎여름내 정을 쌓았던 어미 품을 떠나그만 길을 나서는 아쉬움풍요로운 넉넉한 가을푸른 가을하늘과 시리게 빛나는 햇빛상처투성인 가슴을 싸매는 갈바람가을은 아름답게 여물었다노랑 빨간 오색찬란한서로 은근히 화려한 빛으로 어울리며황홀한 흥을 일으켜 주는 놀라움창조주의 솜씨를 들어낸다사랑으로 품었던 은행잎텅 비우며 보내는 은행나무의 아픔은헤아릴 수 없겠지만새봄 창조를 위해 기꺼이 보내는은행나무의 사랑인 것을

좋은 글 2024.11.26

단풍의 밀어蜜語 / 정심 김덕성

단풍의 밀어蜜語 / 정심 김덕성단풍이여신비스럽게 아름답구나한창 불길이 솟는 듯 타오르며빨갛게 물들이는 산야온몸을 다해누구를 그리움으로 사랑을 하다가저리 불타는 듯 붉게 물들이며사랑의 불꽃으로 피었는고사랑에도 아픔이 있지만요즘 세상에서는 감히 볼 수 없는붉게 태우는 진실한 사랑을너의 고운 삶에서 보니너무 사랑스럽구나갈바람으로 오는 가을 향기저토록 붉게 빛나는 아름다움 속에한 아름 그리움에 안겨붉은 사랑으로 속삭이는사랑의 밀어여

좋은 글 2024.11.25

소설(小雪) / 김학주

소설(小雪) / 김학주 "소설(小雪) 추위는 빚을 내서도 한다"는속담처럼 겨울이 겨울다워야 할 텐데추위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손돌 바람이라도 불어 주면조금 춥다 시퍼눈치만 살살 보던 눈도 펑펑 내려줄 텐데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마음은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작년에 떠났던 칼바람은 오지 않고늦가을 훈풍에 철모르는 꽃들만 피고 있으니눈이 오길 기다리는 사람들은꽃도 싫어라첫눈 약속은 어디 갔나?소설(小雪)에는 눈 꽃이 좋아라

좋은 글 2024.11.22

향기로 말을 거는 꽃 - 꽃향유 :백승훈

향기로 말을 거는 꽃 - 꽃향유 꽃들이 귀해지는 가을 산야에서쉽게 만나지는 꽃향유는이름만큼이나 향기로운 꽃입니다.박하향과 솔향,그 밖에 여러가지 향이 어우러진 꽃향유의 향기는가슴 속 깊이 스며들어 산책길의 상쾌함을 더해줍니다.9월부터 피기 시작하여서리가 내리는 초겨울까지 꽃을 피우는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꽃향유는무리지어 피어서 더욱 어여쁜 꽃이지요.꿀풀과에 속하는 꽃답게끊임없이 벌 나비를 불러 모으는 꽃향유는정작 꽃을 따서 맡아보면 짙은 향이 나지 않지만손끝으로 톡톡 건드리면 향기를 내뿜는,잎이나 줄기에서도 향기가 나는 방향성 식물입니다.살짝 건드리기만 해도짙은 향기를 내뿜는 꽃향유처럼스칠 때마다더욱 향기로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 백승훈

좋은 글 2024.11.21

애강나무 그리움 - 박인걸

애강나무 그리움 시골집 마당 가에 선 애강나무그 붉은 열매는 해마다 이맘때면내 안에 남겨두고 간낯선 시간의 흔적이었지,곱게 익은 애강 열매는 묵묵히계절의 흐름을 쫓아가고나는 그 길 위에서무엇을 두고 떠났으며 무엇을 얻었을까.고요한 노을빛에 물든 그 가지끝에서잊혀진 까치 소리가 다시 울리면그리움은 더는 감정이 아닌깨달음으로 피어나는 걸까.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이라해도그곳에 머물렀던 세월과묵묵히 서 있는 시간을 품은 나무는한 계절의 붉음 속에서로를 거울처럼 비추고 있을테지

좋은 글 2024.11.18

금강소나무 심어 놓고 - 김승기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금강소나무 심어 놓고   김승기                             그대여백두대간 태백 준령에 올라 서 보라멀리 굽이치는 동해 얼마큼 높아 있는지그 밑에 늘씬하게 서 있는 금강소나무푸른 기상 고운 자태로일만 년 우리 땅을 지켜 온 금강소나무커다란 몸집에서 피우는 꽃이왜 그렇게 작아야 하는지작은 꽃으로 어떻게 큼직한 솔방울을 만드는지그대여다시 도심의 10층 빌딩에 올라서 보라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너 나 모두가 보잘것없이 사는 인생얼마나 크고 작아 키 차이 난다고얼마나 뚱뚱하고 홀쭉한 차이 난다고서로 도토리 키재기하며 살아야 할까회오리바람 같은 세상에서좀더 따뜻하게 살 수는 없을까송화 가루 날리는 봄날가슴에 금강소나무 한 그루 심..

좋은 글 2024.11.15

낙엽의 노래 - 박인걸

낙엽의 노래바람에 흩날리는 가벼운 몸짓그리움은 땅 위에서 춤을 추고돌아갈 수 없는 운명을 알기에말없이 뿔뿔이 흩어지네.새들과 속삭이던 소망들은짙은 색으로 시들어가고아쉬움에 스치는 바람의 손길이지나간 계절을 뒤흔들며 우네.포기와 체념으로 가득한 이 자리버려둔 꿈들은 깊이 잠들고누군가의 발길에 밟혀 깨어나도소리 없이 먼지로 흩어지네.오래된 추억 속에서 손짓하는 얼굴흘러간 시간을 되새기며 웃어보지만한 줄기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흐릿해진 기억마저 사라져가네.

좋은 글 2024.11.14

국화 꽃 - 박인걸

국화 꽃나뭇잎 일제히 낙엽이 될 때면조용히 꽃잎을 여는 국화꽃희망을 접는 시간을 거슬러조용히 피어나는 너의 이야기는홀로 남은 자의 슬픔 같구나.긴 기다림 끝에 빛을 내는네 꽃잎에 서린 애잔함이여시들어버린 지난날의 꿈을 담아계절의 끝에서 울 듯 피어오르니아직 남은 이들의 그리움이구나.차가운 땅을 밟고도 꿋꿋한 너는사라져가는 잎새들 사이에서홀로 서서 그리운 이름을 부르며바람에 기대어 한 송이 꽃을 피우니기다림의 의미를 비로소 깨우치는구나.늦게 피어나는 삶이 아름답다며세상에 속삭이는 잔잔한 향기여!지나온 시간의 쓸쓸한 기억을 품고흩어질 때조차 잊히지 않는 꽃으로바람에 실려 영원히 머물거라.

좋은 글 202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