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한겨울의 참빗살나무 퍼포먼스 김승기 亡國의 恨 서린 영혼이 잠들어있는 홍유릉순종황제 묘역의 재실 담장 모퉁이새빨간 열매만 주렁주렁벌거숭이 앙상한 참빗살나무 두 그루피 묻은 참빗으로한겨울 헝클어진 역사를 빗질하고 있다이제는 화석이 되어버린그 풋풋했던 신록의 봄날돌이켜보면 그리 먼 시간도 아닌데어찌 회한의 통곡보다 아득한 그리움이 먼저 앞설까화려하게 꽃 피우지 못했어도이렇게 주렁주렁 열매 맺은 것으로 기쁘다 해야 할까여전히 한낮이면 햇살 홀로 따사로운데걸핏하면 한밤에 튀어나오는 일본 각료의 망언들번쩍번쩍 섬광으로 튀어 온몸 찌르는칼춤 바람이 어지럽다지금은 박물관의 그림처럼 붙박여 버린 겨울다시 새봄을 꿈꿀 수 있을까너는 몸부림치고 있지만참빗살 사이로 빠져나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