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개비꽃 - 信士 박인걸
언제나 낮게 엎드린 보랏빛 꽃잎
밭이랑마다 지천으로 피어나
호미 끝에 목이 잘려 나가던 잡초
울 아버지 땀 흘리며 뽑아내도
새벽이면 작은 봉오리 슬그머니 피워 냈다.
척박한 흙 틈이라도 억척같이 뿌리내려
한여름 긴긴 가뭄에도 온몸으로 버티는 풀
밟히고 잘려도 다시 꽃 피우는 질긴 목숨
버려진 땅에서도 홀로 삶을 이겨 낸다.
풀 비린내 짙은 바람 가슴을 스치면
아득한 고향집 앞마당 작은 우물 떠오르고
어릴 적 봉숭아 꽃물들이던 누나
손끝에 맺힌 추억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지나간 시절의 아픔도 덧없는 세월의 굽이도
물끄러미 바라보는 조용한 눈빛으로
끈질기게 살아내는 작은 달개비꽃
오늘도 조용히 보랏빛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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