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나비는
시집 한 권을 서서 다 읽는 동안
뒤쪽 낮은 의자에서 나비들이 소근거린다
나의 숨소리는 마지막 행간을 더듬는다
나비들이 읽고 있는 책이 궁금하다
반세기쯤 젊은 꽃으로 나비를 불러본다
청년의 어깨에 기댄 그녀, 긴 생머리에 살굿빛 양볼
슬몃 온몸 붉어지는 봄이다
시간이 훔쳐간 아스라한 분홍빛
누워있던 저린 글자가 시집 속에서 뛰어나온다
저 나비의 흰 날개에서 한 송이 꽃이 된 봄날이다
- 오현정, 시 '그때 그 나비는'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미 곁에서- 박종영 님 (0) | 2020.06.19 |
---|---|
소라의 침묵- 최동문, 시 (0) | 2020.06.18 |
덜꿩나무 꽃 - 백승훈 시인 (0) | 2020.06.15 |
땅비싸리꽃 - 백승훈 시인 (0) | 2020.06.15 |
살아 있다는 것은- 김용호 님 (0) | 2020.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