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그때 그 나비는- 오현정

HIIO 2020. 6. 16. 08:57

그때 그 나비는




시집 한 권을 서서 다 읽는 동안
뒤쪽 낮은 의자에서 나비들이 소근거린다

나의 숨소리는 마지막 행간을 더듬는다

나비들이 읽고 있는 책이 궁금하다

반세기쯤 젊은 꽃으로 나비를 불러본다

청년의 어깨에 기댄 그녀, 긴 생머리에 살굿빛 양볼
슬몃 온몸 붉어지는 봄이다

시간이 훔쳐간 아스라한 분홍빛
누워있던 저린 글자가 시집 속에서 뛰어나온다

저 나비의 흰 날개에서 한 송이 꽃이 된 봄날이다


- 오현정, 시 '그때 그 나비는'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미 곁에서- 박종영 님  (0) 2020.06.19
소라의 침묵- 최동문, 시  (0) 2020.06.18
덜꿩나무 꽃 ​ - 백승훈 시인  (0) 2020.06.15
땅비싸리꽃 - 백승훈 시인  (0) 2020.06.15
살아 있다는 것은- 김용호 님  (0) 202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