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흙이 있었소- 고창영

HIIO 2020. 10. 13. 09:37

흙이 있었소

모진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은 이유가
움켜쥔 뿌리 때문만이 아니란 걸
알아버렸소

흔들리며 넘어가려던
그대의 뿌리를 부둥켜안고
숨도 쉬지 않고 깍지를 풀지 않았던 뜨거운 잇몸

세상에 수많은 나무들이
다시 늠름하게 푸른 아침
고요히 상처 난 뿌리에 입맞추며
깍지를 푸는 흙이 있었소


- 고창영의 시〈비밀〉(전문)에서 -


*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갑니다.
흙은 본향입니다. 흙은 진실하고 정직합니다.
흙에 뿌리박으면 모든 것이 생명력을 얻습니다.
당신도 흙으로 돌아갑니다.
당신이 흙입니다.
힐러입니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투니아 - 백승훈 시인  (0) 2020.10.16
가을이 때로는 가을에게- 김계수  (0) 2020.10.15
모란(牡丹) 이불집- 정채균  (0) 2020.10.10
흔적- 김밝은  (0) 2020.10.05
배풍등- 백승훈 시인  (0) 2020.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