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동자꽃 - 김승기
장대비 같은 햇살 머리에 이고
찾은 절간에서
동자야
때 묻은 세상살이 주름진 얼굴
청산에 흐르는 냇물로 씻어
곧게 펼 수 있을까
가슴앓이
그 팔만사천의 번뇌를 지우고
맑은 詩를 쓸 수 있을까
지친 사람들 어깨 위에
엉킨 실타래처럼 얹혀진 억지들
지금이라도 술술 풀 수 있는
동심 되찾아
따뜻하게 온 누리 빨아 널 수 있을까
합장하였더니
저만치 샘물 곁에서
흐르는 냇물 들끓는 번뇌 그대로 두고
엉킨 실타래도 그대로 두고
물 한 모금으로
마음이나 씻으라 손짓하네
※ 동자꽃 :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지에 자생한다. 전체에 털이 있으며, 줄기는 곧게 서고, 마디가 뚜렷하다. 잎은 마주나는데 기다란 계란형으로 잎자루가 없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6~8월에 주황색의 꽃이 피는데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짧은 꽃자루 끝에 한 송이씩 달린다. 꽃받침은 기다란 곤봉 모양으로 끝이 5갈래로 갈라지며, 꽃잎은 5장으로 끝부분이 오목하게 패이고 납작하게 펼쳐진다. 8~9월에 타원형의 열매가 밤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전하라(剪夏羅)」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동자꽃의 특이한 점은 고산성(高山性) 식물이므로 낮은 지대에서 피는 꽃은 색깔이 밝지 못하고, 꽃 자체도 힘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흰색의 꽃이 피는 것을「흰동자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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