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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梧桐) - 김승기

HIIO 2023. 10. 13. 09:39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오동(梧桐) - 김승기


너와 나의 순결한 만남을 위해
태초부터 계속한 몸짓
맑은 햇살 아래서
알몸으로 목욕을 한다
꽃항아리 가득가득
하늘을 채우고
넓은 치맛자락으로 대지를 가리우고 나면
죽어서도 악기가 되어
우주를 노래하는 너
너의 몸에서는
향기로운 소리가 난다
얼마나 깊이 뿌리를 내려야
또 얼마나 크게 팔을 벌려야
하늘의 가슴을 안아들일 수 있을까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천둥 번개 구름 속의 비까지도
모두 너에게 주어야 하리
우주가 하나의 열매로 맺혀
툭툭 떨어질 때까지

오늘도 비바람 맞으며
옷을 벗는 연습을 한다

※ 오동나무 : 현삼과의 낙엽성 활엽 교목으로 한국 특산 식물이며, 울릉도에 자생하고, 기타 지역은 재식한다. 다른 나무들보다 잎이 가장 늦게 나고 가을에도 다른 나무들 보다 가장 먼저 진다. 묘목은 나무속이 텅 비어 있다가 자라면서 점점 속이 차는 특이한 나무이다. 잎은 넓은 심장형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고 3갈래로 갈라지면서 뒷면에 갈색의 짧은 털이 많이 나 있다. 5~6월에 흰빛을 띤 자주색 또는 연보라의 꽃이 피는데 향기가 진하다. 화관은 통 모양으로 끝이 뾰족하며 입구는 노란색이다. 10월에 둥글면서 끝이 뾰족한 열매가 익는다. 한방에서 잎을「동엽(桐葉)」이라 하고, 나무껍질을「동피(桐皮)」라 하며, 종자의 기름을「동유(桐油)」라 하여 약재로 쓴다. 목재는 나뭇결이 아름답고 갈라지거나 뒤틀리지 않아 가구나 악기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한다. 어린 나무의 잎은 어린아이들이 비오는 날 우산대용으로 장난을 할 만큼 넓으나, 만지면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이 흠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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