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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꽃길 - 信士 박인걸

HIIO 2026. 9. 18. 08:22

코스모스 꽃길 - 信士 박인걸

시골길에 피었던 코스모스, 그 후
신작로는 이제 아스팔트 밑에 묻혔다.
같은 반 소녀의 뺨을 닮았다던 꽃은
된서리 내리던 밤 한꺼번에 목이 꺾였다.
지금은 책보 대신 서류 가방을 든 사내들이
그 자리를 지나가며 아무것도 모른다.
길은 자신이 무엇을 삼켰는지 말하지 않고
저녁마다 같은 표정으로 어두워질 뿐이다.
억 새 풀 같던 동무들의 이름을 나는
잊은 것이 아니다 잃어버렸다.
그들은 어느 골목에서 늙어가다가
문득 깨물던 강냉이 알처럼 조용히 사라졌으리라.
가끔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하늘을 보면
별은 옛날의 그 별이 아니어서
나는 아무 데도 없는 고향을 향해
사라진 길 하나를 오래 들여다본다.
그리움은 습관처럼 눈물 한 방울을 만들지만
그것은 이미 오래전에 마른자리에서
헛되이 솟아나는 것에 불과하다.
나는 백발이 돼서야 그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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