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모스의 서러움 - 信士 박인걸
가느다란 목을 길게 빼고
바람이 지날 때마다 고개 숙이는 꽃
무심한 발걸음만 스쳐 가는 길목에서
제 그림자만 조용히 흔들다가
가을은 늘 먼저 와서 저문다.
피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지고 있는 존재들
고운 색채마저 계절이 잠시 내어준 옷일 뿐
누가 심었는지 묻지 않아도 피고
누가 보지 않아도 꽃은 지며
이름을 불러주는 이 없어도 이름은 남는다.
나 역시 흔들리는 꽃처럼 길 위에 서서
스쳐 지나가는 가을빛을 가만히 담아둔다.
손 내밀어도 잡히지 않는 지난 계절의 조각들
저물어 가는 저 꽃잎의 흔들림 속에서
슬픔이란 결국 혼자서 견디는 것임을 안다.
우주라는 이름의 먼 어둠 아래
작은 떨림 하나가 피었다 지는 동안
무엇이 남았는지조차 알 수 없어
흔들리는 것이 사는 일이라 믿으며
빈자리에는 바람만 오래 머물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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