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가 간다

오늘 밤은 잠이 안 와서
사과만큼의 거리를 갔습니다
나의 걸음에 대한
당신들의 소문은
이제 폐기할 때가 되었습니다
사과만큼의 거리란
사과 백 개 천 개를 늘어놓은
아주 달콤한 목표일지 모릅니다
나무들도 제 자리에서 걷는다지요
새들도 자면서 어둠을 건넌다지요
내가 있던 자리에
풀이 자라납니다
나는 밤잠을 잊었으니까요
삼백오십 번째 사과가
단맛을 풍기기 시작합니다
내 몸 밖으로 진물이 흐릅니다
- 강순, 시 '달팽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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