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살아 있는 리트머스
비가 자주 다녀가는 장마철,
수국꽃 피어나니 여름 뜨락이 환해졌습니다.
꽃의 생김새가 초파일 무렵 절집 마당에서
쉽게 만나지는 불두화와 흡사하여 헷갈리기도 하지만
불두화는 흰색 한 가지인데 반해
수국은 청보라, 연분홍 등 화려한 꽃빛이란 걸 기억하면
구별하기가 그리 어렵지만도 않습니다.
이름만큼이나 물을 유난히 좋아하는 수국(水菊)은
조금만 건조해도 금세 말라버리지만
적합한 환경 속에서는 어느 꽃보다도 오래 피어 있는 꽃입니다.
살아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라 불릴 만큼
환경에 예민한 수국은 자신이 뿌리 내린 토양의 성분에 따라
꽃 색깔을 달리하는 변화무쌍한 꽃이기도 합니다.
수국의 꽃말 중에 변심이 들어 있는 것도
산성이 강하면 푸른 색으로,
알칼리성이 강하면 붉은 색으로 변하는 꽃빛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자신이 뿌리 내린 토양에 따라 꽃빛을 달리하는 수국처럼
우리들 마음밭에 피어나는 상념의 꽃들도
저마다 지닌 인격과 성정에 따라
때로는 미움의 색을 띄기도 하고 사랑의 색깔로 물들기도 합니다.
오늘
그대 마음 속의 꽃빛은 무슨 색인가요?
글.사진 - 백승훈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방울꽃 - 김승기 (0) | 2023.08.29 |
---|---|
근심을 잊게 하는 꽃 원추리 - 백승훈 (0) | 2023.08.27 |
멀리 갈수록 향기를 더하는 연꽃처럼 (0) | 2023.08.20 |
달래-몰래 피운 꽃 한송이 백승훈 (0) | 2023.07.30 |
찔레꽃 가뭄 - 백승훈 (0) | 2023.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