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무더위에 지쳐
초록 그늘이 간절해질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꽃무리가 있습니다.
가장 뜨거운 계절에 가장 눈부시게 피어나는
배롱나무 꽃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나무 줄기를 손톱으로 간질이면
간지럼 타듯 가지를 바르르 떠는 예민함 때문에
'간지럼나무'로도 불리는 배롱나무 꽃그늘에 들면
무더위에 지친 마음에도 화사한 꽃물이 들 것만 같습니다.
배롱나무가 백일홍나무라 불리게 된 것은
사육신 중의 한사람인 성삼문이
'지난 저녁 꽃 한 송이 떨어지고
오늘 아침 한 송이 피어 서로 백일을 바라보니
너와 더불어 한 잔 하리라' 노래 했던 것처럼
한 번 피어 백일 붉은 것이 아니라
지고피기를 수없이 되풀이 하며 석달 열흘을
꽃등을 켜는 때문입니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요즘의 사랑 풍경을 두고
누군가는 쿨(cool)한 사랑이라 이야기 하지만
사랑이 쉽게 끝나는 것은 배롱나무 꽃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꽃을 피워 사랑의 꽃등을 밝히고자 하는
열정이 모자란 때문은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석달 열흘 꽃등을 밝히고도 '떠나간 벗을 그리워 함'이란
배롱나무의 꽃말을 곱씹으면서...
글.사진 - 백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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