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금낭화
김승기詩人
부끄럼 타는 새색시
첫날밤을 치루었나
오월 하늘 시트 위에
점점이 박혀 있는 선홍빛 핏방울
살짝 가린 이불 이파리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하늘을 섬겨서 바친 순결의 표징
오늘
하늘과 땅이 合宮을 이루는 날
맑은 햇빛 아래
새소리도 없고
바람도 잠잠,
밤에는 둥그렇게 달이 뜬다 했지
은밀하게 속삭이는 사랑
그 첫경험
부끄러움은 잠시
온몸을 감싸고도는 벅찬 희열
알찬 씨방을 점지하소서
하늘을 받아들이고 나면
눈물나도록 뜨거운 유월
까만 씨로 행복을 키우는
깊고도 벅찬 감동
살 섞는 질펀한 정
첫날밤을 들켜버린
빨개진 얼굴로
고개 숙이고 있는
금낭화
지금은 우리가 축복의 손을 모을 때.
※ 금낭화 : 양귀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유독성 식물이다. 깊은 산 계곡 근처에 자생하고, 사원의 뜰과 민가의 화단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전체가 분백색으로 줄기는 연하고 곧게 서며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는데 잎자루는 길고 3갈래로 갈라지는 깃꼴겹잎이다. 갈라지는 작은잎은 계란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이 모양 또는 결각 모양의 톱니가 있다. 5~6월에 연한 홍색의 꽃이 피는데 줄기 끝에 주렁주렁 달린다. 꽃의 모양이 특이하게 생겼는데, 마치 남자의 성기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또는 치마 속에 매달고 다니던 주머니와 닮아서「며느리주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9~10월에 열매가 긴 타원형으로 익는다. 한방에서 뿌리줄기를「하포목단근(荷包牧丹根)」이라 하여 약재로 쓴다. 흰꽃이 피는 것을「흰금낭화」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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