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을 읽다
박만식
도토리는 키를 재지 않는다
키도 키 재는 법도 모르고
의도조차 알지 못하는 도토리는
이웃들의 떫은 고통과
우려내지 못하는 아픔을 대신 머금고
데굴데굴 살아야 하는 숙명을 알기에
개밥의 도토리도 되어 준다
탱글탱글한 즐거움 주기 위해
때로는 묵사발이 되기도 하지만
힘으로 들어 올리려 하거나
젓가락 쥐는 법과 집는 각도 어긋나면
제 몸을 자르기에
결국 수저로 떠먹는 우를 범하게 되는데,
야 쌉싸래한 묵 맛 그만인데,
극찬받으면 감칠 묵으로 슬쩍 간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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