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비
끄느름한 하늘 아래
무거운 구름의 침묵을 깨고
소리 없이 쏟아지는 궂은 비가
내 마음의 창문을 연실 두드린다.
궂은 비는 인생을 비유하고
지루한 비는 희망을 잠식한다.
삶은 언제나 고달프고
더딘 발걸음은 항상 무겁다.
빗물이 고인 물웅덩이
그 안에 어른거리는 내 얼굴은
허무함으로 가득한 그림자일 뿐
불투명한 미래를 알려주는 표상체다.
근심과 걱정이 비처럼 내릴 때면
마음속 열정의 불꽃은 꺼져가고
남은 것은 타버린 재와 연기뿐
되살릴 수 없는 꿈이다.
방황하는 내 영혼이 어디로 갈까나
비바람에 길을 잃고 방황하며
고뇌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면
아롱졌던 꿈은 신기루가 된다.
하지만 여기서 주저앉은 순 없다.
어느 하늘 아래는 태양이 뜬다
지금은 비록 궂은 비를 맞아도
쌍무지개 뜨는 언덕에 서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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