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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꼬마리 - 김승기

HIIO 2024. 7. 5. 10:29

도꼬마리

글: 夕塘 김승기


너를 잡은 손 놓지 않을래
비 오고 바람 불어도
한 번 잡은 손 놓지 않을래

베여지고 쓰러질 때마다
안간힘으로 꽃 피운 시간
얼마 되었다고
까맣게 열매 맺히려 하는데
성가심을 참지 못해 나를 떨치는가

오랜 세월을
세월 그대로 꽃 피우지 못한
눈물로 얼룩진 역사
더는 어두운 하늘 아래서
울게 할 수는 없잖아

들판은 함께 가야 하는 가시밭길
아픈 살 긁히고 피 흘려도 좋으니
떨쳐내지 마
이대로 한겨울을 꼭 잡고 있어야
다음해 기쁨의 새싹 돋을 수 있어

다시는 놓지 않을래
온 밤을 내내 바람 불어도
너를 잡은 손 놓지 않을래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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