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 꼬지 / 성백군
아내가 단풍잎을 줍는다
고운 단풍잎을 찾는다고
가을 나무 아래서 낙엽을 뒤척인다
단풍이라고 다 같은 색깔이 아니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의 단풍잎은 밝고
그늘의 단풍잎은 어둡다
사람 삶도 열심히 살면
늘그막에 다 단풍 들겠지만
세상이 하도 시끄러워 세상 단풍은,
내로라하는 부와 권세와 명예는,
내로라하는 만큼 수상하고 의뭉스러워
믿음이 가지 않는다
나도 아내를 도와
단풍 낙엽을 들여다보는데
마음에 드는 단풍잎을 찾기가 쉽지 않다
‘햇볕에 잘 익은 것, 햇볕에’ 하는데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비친다
빛을 받은 잎마다 하늘빛을 쏟아낸다
밝고, 맑고, 순하여
흠조차 아름답다
몇 주워 화병에 꽂아 놓고 들여다보며
신앙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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