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딸기 - 신사 박인걸
내 고향 칠월은 산딸기가 붉어지고
능선엔 바람도 조용히 숨을 고른다.
고요한 들녘에 햇살이 걸리면
묵은 기억이 그늘처럼 되살아난다.
다릿골 따라 그 시절을 더듬으면
칡잎 고깔에 담긴 작고 붉은 알갱이
어미의 유두처럼 따스한 그 결은
슬픔도 달게 물들이곤 했다.
하늘은 더 높고 들풀은 더 출렁이었던가
소 지나간 자리에 먼지가 일고
웃으며 사라진 이름들이
바람 끝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이 작은 풀잎에 담긴 산딸기를 보라
그건 단지 열매가 아니라 세월이었다.
한 알 한 알 그리움이 빚어낸 것들이
여름의 가장 깊은 곳에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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