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포플러 - 신사 박인걸
햇살이 빗발치는 한여름 오후
이 나무는 늠름히 서서
깊이 있는 사색에 젖어 있다.
나뭇잎 사이에 바람은 숨고
지나가던 새들이 깃들일 때면
나무는 세상의 그늘이 된다.
이끼 낀 돌들이 앉아 있는 길가
뿌리는 말 없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기억하고
잎사귀는 태양과 눈을 맞춘다.
이 길을 지나는 누구든
자유롭게 멈춰 설 수 있도록
햇빛을 가로막는다.
가슴이 활짝 열리고
가장 따뜻한 이야기들이 바람 타고 흘러든다.
어디선가 울려 오는 산비둘기 노래
촉촉이 젖은 흙내음
기우는 햇빛이 나뭇등걸을 적실 때
이 자리에서 있는 이유를 나는 안다.
나는 내 작은 품을 열어
내 가슴이 누구에게 그늘이 되어 보았는가.
우러러 보이는 포플라 곁에 서서
나의 그림자가 짙어질수록
나도 누군가의 그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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