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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칠엽수) - 신사 박인걸

HIIO 2025. 9. 11. 10:06

마로니에(칠엽수) - 신사 박인걸

칠엽(七葉)이 부드럽게 피던 날
꿈결처럼 내 곁에 다가와
마로니에는 흰 꽃송이로 내 마음을 흔들었다.
하얀 꽃 잎에 담긴 향기로
아무 말없이 기다리지만
바람에 불때마다 진한 향수로 외로움을 달랜다.
아주 먼 기억을 건널 때
마음이 조용히 저무는 날에
마로니에는 그 길을 내 곁에 서서 지켜주었다.
그 무성한 가지 끝에
나의 마음을 매달고 떠나가도 좋으련만
나는 아직 너와 같은 침묵이 아니다.
덧없이 내 생의 불빛이 꺼지는 그 날
마로니에여 너를 품을 하늘이 따로 있느냐?
나는 네 곁에 서서 바람이 되고 싶을 뿐
거기엔 내 영혼의 뜰과
너의 그 누런 잎이 흩날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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