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초 김승기 무엇을 기다려 목을 늘였겠느냐 햇살 뜨거운 외로운 산골 앞산에서 뻐꾸기 울면 뒷산 수꿩이 함께 울어 주는 정다운 고향이어도 누가 반겨 쉽게 찾아오겠느냐 투박한 줄기 두터운 잎에서 피워 올리는 노란 별무리, 등불로 기억하는 이 있겠느냐 타는 가슴 식혀 줄 한 방울의 달콤한 이슬도 얻지 못하는 메마른 바위틈에서도 끈질기게 살아온 목숨 무엇인들 또 기다리지 못하랴 깊은 외로움 오래 젖어 느끼지 못하듯이 기다리는 일도 자기도취일 뿐, 약속 없는 기다림 희미해져 가는 그리움 앞에서 별빛 훈장의 열매마저 없다면 무슨 정열로 꽃 피우겠느냐 기린 목만큼이나 길게 높아지면 온다는 믿음 놓아 버릴 수 있겠느냐 *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