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풀 김승기 詩人꿀을 품고 사는 꽃이 어디 너뿐이더냐 그 작은 몸으로 얼마나 많은 꿀을 품었다고 꿀풀이라 하느냐 네 목숨을 지탱해주는 단 하나뿐인 그 피, 꿀이란 것이 샘물처럼 솟아나는 것도 아니잖느냐 다시 찾아올 약속 없는 벌 나비에게 그나마 그것마저도 몽땅 내어주고는 남들 웃으며 보내는 푸르디푸르게 짧은 한 철도 다 살아내지 못하고 바싹 온몸이 말라버려야만 하느냐 줄 것이라곤 꿀밖에 없으니 그렇게라도 베풀 수 있다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받는 기쁨으로 삼았더냐 쬐끄마한 몸뚱이로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우주를 바라보는 내 눈으로도 가늠조차 할 수 없는, 큰 사랑 그 그늘의 깊이를 언제쯤 편안한 마음으로 재어볼 수 있겠느냐 *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 꿀풀 : 꿀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