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 김승기
그대 눈물을 보이지 말어.
휘어지는 가지 끝에 매달려 겨우 참아 내는
어지럼증은 아무렇지도 않아.
내가 불어대는 나팔소리에 바람이 흔들리고
하늘이 흔들리고 있잖아.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하늘을 좀더 가까이하려고
온 힘을 다해 나팔을 불었기에,
처음 피었을 때의 모습으로
깨끗하게 떨어지는 것 아니겠어.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내게서 울려 나오는 목소리,
지금도 하늘에서 새가 되어 날고
별이 되고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어 날다가
비가 되어 들로 내리고 산으로 내려
다시 꽃으로 피면서,
웃음이 아지랑이로 피어나고 있잖아.
그대 눈물을 보이지 말어.
들에서 산에서 홀로 피는 모습도 좋겠지만
진흙 속에서 연꽃을 피워 올리듯이
처음과 끝을 그대 곁에서 함께 하고 싶어.
힘껏 부는 나팔소리에
바람이 흔들리고 하늘이 흔들리고,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빨간 모습으로 떨어지고 있잖아.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 능소화 : 능소화과의 낙엽성 활엽 소교목으로 덩굴성이다. 중국 원산으로 우리나라 각처의 절이나 가정의 뜰에 관상수로 심는다. 가지에 흡판 같은 것이 있어 벽이나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간다. 잎은 마주나거나 돌려나는데 계란형 또는 타원형으로 끝 부분은 긴 꼬리 모양이다. 잎 표면은 황록색으로 뒷면 기부(基部)에 털이 있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잎자루가 있다. 7~9월에 꽃잎의 안쪽은 주황색, 바깥쪽은 적황색의 꽃이 나팔 모양으로 핀다. 10월에 열매가 익는데 가죽질로 네모지고 끝이 둔하다. 한방에서「능소화(凌霄花)」라 하여 꽃을 약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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