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선인장과 할머니
김승기
성냥갑 같은 방안
화분으로 창가에 놓여져
담배 연기를 호흡해야 하는 생활
화살처럼 쏟아지는 시선이 따갑습니다
뭉툭한 줄기 가시만 삐죽빼죽
「왜 이렇게 못 생겼어요?」
빙그레 웃으시던 할머니의 얼굴
불면증으로 시달린 끝의 서툰 잠
그래서 꾸는 가위눌린 꿈
삶의 멍에가 되었습니다
평생 듣지 못한 할머니의 고향
「그립지 않으신가요?」
미간 찡그리시던 할머니의 얼굴
언뜻 회한의 그림자를 무심코 보았습니다
바람이 시퍼렇게 칼날을 세우는 겨울밤
그 피멍든 세월을 어루만지시더니
어느 봄날
마침내 한 송이 꽃을 커다랗게 피우고 나서
별이 되신 할머니
그립습니다
몸 속에 흐르는 할머니의 유전인자
뭉툭툭한 줄기 투박한 껍질을 쓰고
삐죽삐죽 엉성한 가시 사이로
지금 한낮의 햇살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하늘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할머니,
열기 뿜어내는 광활한 모래땅에
튼튼한 뿌리를 박고 서서
새파란 하늘 위로 양팔을 휘젓고 싶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할머니의 미소를 닮아 갑니다
※ 선인장 : 선인장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북아메리카 남부지방 원산이지만, 우리나라 제주도에 자생 군락지가 있다. 가지는 편평하고 긴 타원형으로 손바닥처럼 생겼으며,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마디가 있다. 다육질로서 짙은 녹색을 띠고, 표면에 가시가 많이 돋아 있으며, 가시 옆에 털이 나 있다. 7~8월에 노란색의 꽃이 피는데 마디 위 가장자리에 달리고, 꽃자루가 없다. 9~10월에 서양배처럼 생긴 열매가 자주색으로 익는다. 열매를 식용하고, 한방에서「선인장(仙人掌)」이라 하여 뿌리와 줄기와 열매를 약재로 쓴다.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에 있는 자생군락지는 천연기념물 제429호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다. 또한 여러 품종이 있어 품종마다 모양도 다양하고, 백ㆍ적ㆍ 황ㆍ자색의 다채로운 꽃이 피며, 가정에서 관상용으로 기르고, 원예농가에서 원예용으로 재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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