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속에서도 꽃은 핀다]
쇠별꽃이 내게로 와서 - 김승기
내 안으로 떨어진
은하수
여기저기서 무더기 꽃으로 피어
지상을 밝힌다
하늘보다도 어두운
우리 땅의 역사
차마 볼 수 없어서
내일을 지키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된다
너와 나
할아버지 때부터 울고 웃으며 살아온
세월 그대로 꽃 피우지 못한
잃어버린 우리의 얼굴
이제는 되찾을 때
일그러진 주름살을
바로 펴야 할 때
날더러 송곳이 되라 한다
날카로운 쇠꼬챙이
조금은 피 흘려도 좋으니
아픈 살을 도려내듯 찌르라 한다
지난 날 생각하며 눈물 흘리면
고름이 살 될까
쉬어서 가는 길을 고달프다 주저앉으면
저 산이 내 품으로 들어올까
흐르는 물도 제 소리 낼 수 있을까
어두운 세상
더는 그대로 볼 수 없다고
쇠별꽃이 내게로 와서
비어버린 마음 구석구석을 찔러대며
뜨겁게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1996년 8월
설악산 백담사 제1회 만해시인학교에서
※ 쇠별꽃 : 석죽과의 두해살이풀 또는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밭둑이나 들 또는 길가의 다소 습한 곳에 자생한다. 가지가 많이 갈라지는 줄기는 밑 부분이 땅을 기다가 곧게 서고, 줄기 위쪽에 약간의 선모가 있다. 잎은 마주나는데 넓은 계란형으로 아래에 붙는 잎은 잎자루가 길고, 위로 올라갈수록 짧아지며, 줄기를 둘러싸고, 털이 없다. 5~6월에 흰색의 꽃이 피고, 6~7월에 열매가 계란형으로 익는다. 어린순은 식용하고, 한방에서「우번루(牛繁縷)」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꽃이 별처럼 생겨 유래된 이름으로「별꽃」보다 약간 크므로 이름이 붙여진 듯하다. 꽃잎이 6~12장으로 보통「별꽃」보다 꽃잎의 수가 많지만,「별꽃」은 암술머리가 3개이나「쇠별꽃」은 암술머리가 5개인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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