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아래서 - 신사/박인걸
쌀밥이 복스럽게 쌓인 듯
가로수마다 눈처럼 핀 새하얀 숨결
거룩한 속삭임이 가지마다 매달려
바람조차 조심스레 지나간다.
저토록 곱게 핀 것은 꽃이 아닌
잊힌 기도요 이름 모를 눈물이다.
햇살이 그 위에 하얗게 앉아
영혼 하나를 씻기듯 빛을 붓는다.
저토록 흰빛은 삶을 견뎌낸 표식이며
슬픔조차 경건하게 하는 침묵이다.
누군가의 임종의 말처럼 맑아
세상이 들으려 하지 않는 진실같다.
이팝나무꽃은 계절의 장례식이며
동시에 새 생명의 축복이다.
피었다는 사라지는 그 찰나에서
우리는 조금씩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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