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김승기
이름부터 바꿀까
정결한 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부드러운 살결 붉은 입술
아름다운 몸짓으로
예쁘게 예쁘게 꽃 피우면서
구충제까지 대신한 세월을 밀쳐 두고
할미꽃이어야 하는가
털어야지
딸네집 찾아가다 눈 속에서 얼어 죽은
할머니의 전설은
하늘에 넋이 오른 지 오랜
지난 일이야
새롭게 살아야지
슬픈 역사는 바람에 날려 보내고
새 바람 부는 새로운 날
젊게 꽃을 피워야지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1집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2012
※ 할미꽃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유독성 식물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산이나 들의 양지바른 곳에 자생하는데 특히 무덤가에 많이 자란다. 잎은 뿌리에서부터 모여 나오는데 잎자루가 길고, 5장의 작은잎으로 구성된 깃꼴겹잎이며, 작은잎은 깊게 갈라진다. 4~5월에 기다란 꽃줄기 끝에 갈래꽃으로 된 긴 종 모양의 꽃이 밑을 향하여 검붉은 자주색으로 피는데 총포(總苞)는 꽃줄기를 둘러싸고, 꽃밥은 노란색이다. 6~7월에 길고 하얀 수염이 달린 둥근 모양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 뿌리에 강한 독성이 있으며, 꽃잎 안쪽을 제외한 모든 곳에 흰색의 털이 빽빽하게 나 있고, 꽃이 필 때도 굽어 있어 젊어서도 할미꽃, 꽃이 지고 나면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암술의 날개가 긴 은발처럼 아래로 축 늘어졌다가 열매가 익으면 하얗게 부풀어 올라 백발노인이 머리를 풀어헤친 것처럼 된다 하여, 한방에서「백두옹(白頭翁)」이라고 부르며, 뿌리를 약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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