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두가 익을 때면 - 신사 박인걸
온종일 꾀꼬리 노래에 묻히던 마을
햇볕이 놀다가는 돌담 아래
새빨간 앵두가 익을 때면
내 가슴 한쪽이 먼저 익었다.
꽃고무신 신은 소녀가
귀밑머리 흩날리며 웃을 때면
땀방울 맺힌 얼굴보다 더 눈부신
소녀의 웃음이 내 여름이었다.
소녀가 떠난 뒤에도 해는 떠오르고
앵두는 해마다 붉게 맺히지만
나는 앵두나무 주변을 늘 맴돌며
소녀를 기다리는 옛 바둑이였다.
해마다 앵두가 익는 계절이오면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처럼
잊었던 그리움이 되살아나며
그날의 기억이 심장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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