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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 필 무렵 - 신사 박인걸

HIIO 2025. 6. 20. 09:43

감자꽃 필 무렵 - 신사 박인걸

저녁 바람에 흩어지던 흙냄새 맡으며
어머니는 말없이 밭둑을 넘으셨다.
맨발에 갈라진 발뒤꿈치와
비에 젖은 치맛자락은 아득한 설움의 계절이었다.
감자꽃 필 때면 저녁연기 희미했고
바닥난 뒤주에는 어머니 한숨이 채워졌다.
아궁이 장작처럼 타들어 가는 어머니 숨결과
서러운 냄새는 온마을에 퍼졌고
꽃보다 먼저 시들던 어머니 눈빛과
거친 손끝에 묻은 햇살의 부스러기는
기대도 없이 피는 감자꽃처럼
보릿고개 넘던 시절 매일 아프게 이어졌다.
노을에 젖은 비탈밭을 바라보시며
한 톨의 감자에도 작은 소망을 가졌던 어머니의
우리 몰래 흘린 눈물의 빛깔로
감자꽃은 해마다 피고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