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시꽃 당신
신사/박인걸
여름 비 맞으며 당신이 곱게 피었소.
소녀였던 당신의 미소는
하늘 아래 가장 맑은 봄 물 같았고
당신의 눈빛에 들기 시작한 날부터
나는 바람에도 뿌리 내리는 사람이 되었소.
뜨거운 젖가슴으로 생을 품고
식지 않는 밥상 위에 사랑을 차려준 당신
지쳐 잠든 내 이마 위로
당신의 손길은 언제나 새벽 같았소.
함께 견딘 계절은 모진 시간이었지만
당신의 침묵은 언제나 기도였고
그 기도 위에 내 무릎은 일어섰지요.
저무는 저녁녘 접시꽃 필 때면
나는 늘 당신을 떠올린다오.
늦여름에도 서서히 붉어지던 그 꽃처럼
당신은 사는 내내 아름다웠고
빛바랜 꽃송이 고개를 숙일 때도
당신의 미소는 항상 내 마음을 밝혔지요.
이제 나는 당신 어깨에 기대어
아름답게 저물고 싶소.
기억마저 꽃잎처럼 흩어지는 날에도
나는 당신을 접시꽃이라 부를 거요.
당신은 내 생의 가장 깊은 그리움이며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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