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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 신사 박인걸

HIIO 2025. 8. 11. 10:17

능소화 - 신사 박인걸

뭉게구름 떠오른 한여름 오후
전봇대 휘감고 오른 능소화 피어나
쬐는 햇볕 찜통더위에도 말없이 웃네.
그리운 이름 아직도 내 입술에 고여
불러도 닿지 않을 먼 하늘 바라만 보네.
바람 한 점 없는 숨 막히는 시간
꽃잎 사이로 흘러든 그대 기억
주황색 꽃송이 하나하나에
내 마음 한 조각씩 매달아 놓네.
기다림은 익어가는 한여름 같아
숨 막히고 지치지만 떠나지 못하고
그리운이 향한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에도
끝내 피어나는 능소화처럼
여름이 다 간다고 해도 지지 못하네.
비에 젖은 꽃넝쿨 아래 나 홀로 서서
가만히 그리운이 그림자 떠올리면
한참을 멍하니 서성이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그리운이 얼굴 생각하며 눈물짓네.
내 마음 한 번도 잊은 적 없는데
그리운이 내 마음 알고 있을까.
능소화 진 자리마다 사랑의 흔적
여름내 조용히 붉게 물들다
가을바람 부는 날 흩어지며는
그대 마음 어디에라도 나의 마음이
아주 작게라도 남기를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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