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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의 고독 - 신사 박인걸

HIIO 2025. 8. 5. 09:25

플라타너스의 고독 - 신사 박인걸

낯선 바람에 뿌리내린 나무여
너는 어느 대륙의 햇살을 꿈꾸는가.
검은 피부로 조국을 등진 노예처럼
낯선 땅에 끌려와 말없이 박혀 있구나.

숲을 잃은 나무는 누구의 위인이랴.
잎과 줄기는 우람하되 마음은 타향이고
줄지어 선 가로수들 속에서도
서로의 고향을 모른 채 마주 서 있다.

네가 선 이 땅엔 밤낮 매연이 흐르고
사람들 웃음도 잠시 머물다 사라진다.
세월이 벗긴 껍질 아래
누가 너의 고독을 알아줄까.

밤하늘 별을 헤어 보아도
이곳의 별은 낯선 이름뿐이고
그리움도 이제는 언어를 잃어
마침내 깊은 침묵이 되었구나.

계절조차 너를 위로하지 못하고
눈비도 스쳐가는 이방의 흔적일뿐
시간마저 너를 잊어버린 채
너는 이국의 거리에서 서서히 늙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