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지팥죽을 끓이며 - 최지윤
상체가 짧고 하체가 길어
미인 동지녀는
차가운 표정때문에 연인이 없었다
모두 옷깃을 여밀뿐
마음을 열어주는 이가 없어
하늘과 땅에 스처가는 평행선
오늘도
하늘과 땅은 어울리지 못했다
하늘은 내려보고 있고
땅은 홀로 하늘을 잡겠다고
산이라는 팔을 펼쳐
위로 올리고 올렸건만
석양의 노을 속에
쏟아내고만 눈물
붉게 타오르다 팥이 되어버렸다
올해도 동지 팥죽을 끓인다
하늘과 땅이 만들어준 팥을 넣고
어머니의 애끓는 한으로 불을 피워
휘휘 젓는 주걱 사이로 죽을 돌린다
도는 것이
끓는 것이
어디 혼자이겠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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