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달래꽃 - 信士 박인걸
산비탈 바위틈에 붉은 울음 터트리며
기나긴 침묵을 뚫고 피어난 저 빛깔
누가 저 고움을 우연이라 하겠는가.
하늘의 지문이 붉게 번져
기어이 나를 불러 세우는 이 떨림
너는 내게로 와서 비로소 꽃이 되고
나는 너를 보며 드디어 사람으로 선다.
서로의 그림자가 겹치는 그 순간에
메마른 가슴마다 분홍빛 핏줄이 일어서서
끊겼던 생의 맥박이 다시 고동친다.
멀리서 바라보는 고요한 눈빛 속에
피고 지는 숨결이 한 점 티끌로 남고
머무름과 사라짐은
산허리를 스치는 한 줄기 바람이라
붙잡지 않아도 내 안에 가득하여
그윽한 간격이 우리를 숨 쉬게 한다.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거룩한 눈물
산등성이마다 타오르는 저 뜨거운 제단
죽음 같은 겨울을 뚫고 나온 부활의 노래
붉은 꽃잎 속에 온 우주가 깃들었으니
아아! 이토록 붉게 숨 쉬는 당신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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