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나무 - 김승기
하늘마저 타버리는 유월 한낮
북한산을 오른다
예전에 만났던 바위말발도리
오늘도 볼 수 있을까
마음 부풀어
홀로 오르는 길
발밑에선 남산제비꽃이 짙은 잎을 띄우고,
오월 하늘 꽃 자랑하던
팥배나무 노린재나무는 꽃을 지운 채
좌우로 늘어서 있고,
쪽동백도 콩알 같은 열매를
총총히 달고서 반기는데,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바위말발도리는 보이지 않고
덜꿩나무만 휑뎅그렁하게 서 있네
못 보면 또 어떠랴
땀 흘리며 찾아온 욕심인걸
병꽃나무도 마음을 비웠는데,
나도 그리움 비우고
그렇지, 그렇게
유유자적하는 발걸음
그러는 내 모습을 멀리서
산딸나무가 하얗게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속에서도 꽃은 핀다]
※ 산딸나무 : 층층나무과의 낙엽성 활엽 교목으로 우리나라 각처 산지의 나무 숲 속에 자생한다. 나무껍질은 어두운 적갈색이고 불규칙하게 벗겨진다. 잎은 마주나는데 계란형 또는 둥근 모양으로 밑 부분이 둥글거나 뾰족하고, 끝도 뾰족하며, 가장자리는 물결 모양으로 굴곡이 지고, 뒷면은 분백색을 띤다. 5~6월에 흰색의 꽃이 줄기 끝에서 피는데 꽃자루는 없고 꽃잎 모양의 총포는 십자로 달린다. 9~10월에 둥근 모양의 열매가 모여 과일 덩이를 형성하며 붉게 익는데 맛이 좋다. 열매는 식용하고, 한방에서「야여지(野荔枝)」라 하여 꽃과 열매를 약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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