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 박인걸 봄이 달려오는 길목에 누구의 허락을 받고 꽃을 피우냐고 찬 바람이 매서운 손을 뻗는다. 버들강아지 연한 털을 쥐어 뽑고 산수유 고운 속살을 움켜쥐고 양지쪽 매화 향기를 헝클어트린다. 자신보다 더 고운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어 밤하늘 찬 기운을 긷고 아직 남은 잔설의 기운을 빌려 꽃잎마다 차가운 숨결로 훼방한다. 오던 봄이 깜짝 놀라 주춤하지만 어느새 땅밑에는 생명이 약동하고 어린 새싹들은 찬 서리 속에서도 잎을 틔웠다. 결국, 스러지는 것은 추위 발톱이고 꿋꿋한 것은 맺힌 꽃망울이다. 꽃샘추위여 사라지라. 피는 꽃을 시샘할수록 꽃들은 피어나고 봄은 더욱 찬란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