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달개비 - 김승기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발밑에서 채일 때마다
포르릉 날아오르는 파랑나비의 날개짓
별빛으로 꼭꼭 채워주던
꿈을 꾸는 닭의장풀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구부정해진 아버지의
허리 바로 세우는 지팡이였는데
언젠가 제초제에 묻히고 난 뒤
썩어 문드러진 그 자리에
허물어지는 빈집만 휑하니 남아 있고
값비싼 행세하며
집 안에까지 밀치고 들어오는 양달개비 앞에서
파랗게 아롱지는 꿈도 사라져야 하는가
지금부터라도 가꾸어야지
헐벗은 땅
메말라 가는 세상
넋 놓고 바라볼 수는 없는 일
허물어진 빈집 다시 세우고
농약에 찌든 때 씻어내야지
때로는 고달프고 가끔은 피도 흘리겠지
그래도 우리들 마음 속에 꽃밭을 만들고
벌 나비 불러들여야지
자식에게 들려줄 파랑나비의
아름다운 동화를 위하여
* 달개비는 닭의장풀과에 속한 한해살이풀로
밑 부분이 옆으로 비스듬히 자라며
밑쪽의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잎은 어긋나고 끝은 뾰족하며
7~8월에 하늘색 꽃이 달린다.
들이나 길에서 많이 자라며 잎은 약재로 쓴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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