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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 - 김승기

HIIO 2024. 8. 2. 10:26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달개비 - 김승기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발밑에서 채일 때마다

포르릉 날아오르는 파랑나비의 날개짓

별빛으로 꼭꼭 채워주던

꿈을 꾸는 닭의장풀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구부정해진 아버지의

허리 바로 세우는 지팡이였는데

언젠가 제초제에 묻히고 난 뒤

썩어 문드러진 그 자리에

허물어지는 빈집만 휑하니 남아 있고

값비싼 행세하며

집 안에까지 밀치고 들어오는 양달개비 앞에서

파랗게 아롱지는 꿈도 사라져야 하는가

 

지금부터라도 가꾸어야지

헐벗은 땅

메말라 가는 세상

넋 놓고 바라볼 수는 없는 일

허물어진 빈집 다시 세우고

농약에 찌든 때 씻어내야지

때로는 고달프고 가끔은 피도 흘리겠지

그래도 우리들 마음 속에 꽃밭을 만들고

벌 나비 불러들여야지

자식에게 들려줄 파랑나비의

아름다운 동화를 위하여

 

* 달개비는 닭의장풀과에 속한 한해살이풀로

밑 부분이 옆으로 비스듬히 자라며

밑쪽의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잎은 어긋나고 끝은 뾰족하며

7~8월에 하늘색 꽃이 달린다.

들이나 길에서 많이 자라며 잎은 약재로 쓴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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