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山菊과 들菊이 함께 있어 - 김승기
끝 모르는 허공을 땅인 줄 알면서
짙은 안개 속으로 실같은 줄을 놓는
인생곡예
절망을 희망으로 여기며 사는 몸
억지로 추스리며 내딛는 발길
풍차 돌리며
보랏빛 미소를 보내는 들菊이 있어
노오랗게 손짓하는 山菊이 있어서
가슴 속이 시원해라
山菊과 들菊은 옛날부터
금슬 좋은 인연을 따라 핀다는
천생연분 부부의 꽃
척박해 가는 땅에서
자기 몸 하나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서
왜 그대만을 희생하라 하는가
오늘 여기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
삭막한 세상을 향해
향기로운 꽃밭을 만들려고 하는
어우러진 국화 한 쌍이 피었으니
그대여, 山菊과 들菊은
같으니 다르니 입씨름하지 말게나
잎이 같고 줄기 같아서
그 속이 그 속이라며
궁합 좋다 축복해 주오
모두들 껄껄대도 좋아라
사실대로 사실을 써야 하고
진실대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오, 오늘 이 기쁜 날
축복의 시간 앞에서
아름다운 죄를 벗는 길인 줄
그대여 아는가
잘못해 온 우리의 지난날들
함께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나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부터 시작인걸
이름부터 바로 불러야 해
미래의 역사는 우리 손에 달렸으니
그대여, 어깨동무하여
아무렇게나 길가 숲 속에 널브러져 있는
山菊과 들菊을 가꾸어
사람마다 가슴 위에 꽃밭을 만들어야 해
밝은 오늘이 있어야 내일이 더 밝아오는 것
가시덩굴에 얼굴 긁히고
온몸에 피 흘리는 상처 있어도
찬란하게 떠오르는 해
볼 수 있으리니, 그대여
돌각서리 틈에서도
언제나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山菊과 들菊을 위하여
많은 힘 들어도
커다랗게 둥그런 꽃밭을 만들어야 해
아직도 끝 모르는 허공
짙어지는 안개 속에 새로운 줄을 놓는
인생 곡예
살아야지
절망을 희망으로 여기며 사는 슬픈 몸
어떤 일 있어도
오직 사랑 하나 믿으면서
오늘을 이겨야 해
지금도 우리 곁에는
축복해야 할 일이 더 많은데
힘들다고 푸념만 할 텐가
힘이 들어 짜증날 때마다
바람소리 물소리 시원하게 씻어주는
山菊과 들菊 함께 있어라
※ 산국(山菊) :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개국화」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각처의 산과 들의 양지바른 풀밭에 자생한다.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잎은 어긋나는데 타원형으로 생긴 계란형으로서「감국(甘菊)」보다 깊게 갈라지며,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9~10월에 노란색의 꽃이 가지마다 촘촘히 모여 달리며 커다란 꽃송이를 만드는데 꽃은 향기가 강하다. 10~11월에 열매가 익는다. 어린순은 나물로 식용하고, 꽃은 향료로 쓰이며, 꽃잎을 따서 술에 넣어 국화주를 담기도 한다. 한방에서「야국화(野菊花)」라 하여「감국(甘菊)」과 함께 약재로 쓴다.「감국(甘菊)」은 줄기가 자주색으로 가지가 갈라지지 않지만「산국(山菊)」은 줄기가 녹색으로 가지가 많이 갈라지는 것이 다르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접시꽃 아내 - 박인걸 (0) | 2024.08.20 |
---|---|
연꽃 사랑 / 정심 김덕성 (0) | 2024.08.19 |
붉은 나팔꽃 사랑 / 정심 김덕성 (0) | 2024.08.13 |
메밀꽃 - 박인걸 (0) | 2024.08.12 |
숨어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 - 물매화 백승훈 (0) | 2024.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