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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꽃 앞에서 / 정심 김덕성

HIIO 2024. 10. 3. 10:16

억새꽃 앞에서 / 정심 김덕성


긴긴 여름을
마치 불사조인양 이겨내고
하얀 속살을 내 보이며
하늘을 우러르며 사심 없이 드리는
간절한 너의 기도
이제야 가을이 오는 소리 듣는다

끈질긴 생명의 탄생인가
나약해 보이면서도 극성스레 이겨낸
굳은 의지와 곧은 자태는
감이 어디에 비교할고
바람에 사각사각 부대끼는 소리
정감이 절로 나며 감미롭다

일렁이는 은빛 파도에
넋마저 놓고 말았던 감동의 물결
이제 미련 없이 떨쳐버리고
황혼에 물 드린 은빛 날리며
인생길에 서서
살포시 나풀대는 억새꽃사이에
내 얼굴을 들이밀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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