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바람꽃
김승기
만주에서 불어오는 바람
한겨울 얼마나 뼈저리게 아팠으면
봄은 저만치 있는데
어찌 이리도 일찍 꽃 피웠으랴
옅은 노란빛을 띠는 너의 환한 얼굴 웃음이
온몸을 따듯하게 데운다
신경세포마다 비틀리고 쪼그라드는 겨울 한파
찡그림 없이 견디어냈는데도
왈칵 눈물 쏟아진다
늙어갈수록 팍팍한 세상살이
한겨울에도 꼭꼭 입 앙다물며 보낸 사람아
꽃샘추위 기승을 부리는 어느 날
느닷없이 눈물 난다면
저기 저 산에 올라
만주바람꽃에게 말 한마디 건네 보라
깊은 잠 이루지 못하며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겨울의 절망을 맛본 이는 알리라
채 녹지 못하는 눈얼음 틈새에서 빠꼼히 고개 내밀며 피우는
저 조그만 꽃 하나가
얼마큼 편안한 위로와 힘이 되어 주는지를
마음 모두 내려놓았어도
경칩 무렵 몸서리치게 꽃샘추위 닥치면
가끔 덧나는 겨울의 상처
짓물러터질 때 왜 없으랴
耳順의 나이, 여전히 끝나지 않는 꽃샘추위
바람 차거워도
나는 기쁘게 너를 만나 새봄맞이를 준비한다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저 환장할 봄을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
※ 만주바람꽃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중부지방과 북부지방의 깊은 산골짜기의 낙엽수림(落葉樹林)의 반음지에 자생한다. 뿌리는 원뿌리에서 많은 가지 뿌리가 나오며, 고구마 모양의 덩이뿌리가 주렁주렁 달린다. 뿌리에서 나오는 잎은 어긋나는데 긴 잎자루가 있고 2회3출엽으로 갈라진다. 가지 끝의 깊이 갈라진 3장의 작은잎은 어린「개구리발톱」의 잎과 닮았다. 줄기에서 나오는 잎은 잎자루 밑에 둥근 포(苞)가 2장 있고, 잎자루 위에 깊게 갈라진 3장의 작은잎이 둘러붙어있다. 2~5월에 흰색 또는 옅은 노란색의 꽃이 줄기의 윗부분 잎겨드랑이에서 한 송이씩 피는데 긴 꽃자루가 있다. 6월에 별사탕 모양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 만주지방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이 붙여졌다. 2~3월의 이른 봄에 경기도 천마산과 남양주시 평내동 부곡골과 부근의 낙엽이 깔린 바위 사이에서 볼 수 있고, 강원도의 계방산과 충청북도 영동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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