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팔꽃의 노래 - 신사 박인걸
전깃줄 타고 흐르는 전류 사이
나팔꽃 한 줄기 말없이 기어오른다.
매끄러운 말뚝, 그 차가운 철심 위에
숨결 하나 심고 바람을 기다린다.
사람들 분주히 오가고
차들은 숨 막히는 공해를 뿜어내도
보랏빛 여름을 소리로 풀며
이른 아침 하늘에서 나팔을 분다.
아스팔트 틈에 생명줄을 잡고
의지할 것 없는 세상 기둥에 매달려
제 몸을 스스로 감고 또 감아
바람보다 먼저 하늘을 잡아당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이토록 푸르게 피어날 줄이야.
한 번도 안아주지 않은 품을 향해
끝없는 덩굴로 노래 짓는다.
버려진 기둥을 숲으로 채우는
고집스런 기술과 사랑의 언어로
오늘도 나팔꽃은 울타리 하나 없이
도시의 목마름을 껴안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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