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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우가 배추에게 - 김승기

HIIO 2025. 9. 16. 09:48

무우가 배추에게
김승기

배추야
나도 장다리로 꽃 피우고 싶어
어느 핏줄인지도 모른 채
개량종으로 거세되고 말았어
청무 알탈리무우 열무 단무 왜무 순무
내 사촌 육촌들
모두가 소금세례 받는 몸인걸
섞박지 깍두기 동치미 채김치 열무김치 총각김치
매운 고추 아린 마늘로
갖은 양념 버무러져 맛을 내는
김치가 되고 말았어
배추야
묵힌 씨앗으로 심어줄 사람 어디 없을까
한 번이라도 꽃 피워
배추흰나비 부르고 싶어
모든 것이 뒤섞이고 바뀌는 세상
한 핏줄 끝까지 지키는 것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어
바보라고 손가락질 받더라도
순수한 혈통을 지켜서
대를 잇는 씨앗 만들고 싶어

*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 무 : 십자화(겨자)과의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농가에서 밭에 재배한다. 뿌리는 크고 두꺼우며, 아랫부분의 잎은 긴 타원형으로 깃꼴로 갈라지고, 맨 끝 갈래가 가장 크다. 4~5월에 연한 홍자색 또는 흰색의 꽃이 피고 6~7월에 열매가 긴 기둥 모양의 꼬투리로 익는다. 뿌리와 잎을 채소로 식용하고, 김치를 담그며, 한방에서 뿌리를「나복(蘿葍)」이라 하고, 잎을「나복엽(蘿葍葉)」이라 하며, 종자(씨)를「나복자(蘿葍子)」라 하여 약재로 쓴다. 우리의 중요한 채소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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