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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 - 신사 박인걸

HIIO 2025. 10. 13. 09:45

쑥부쟁이 - 신사 박인걸

가파른 언덕 끝 바람에 흔들리는
보랏빛 너, 이름조차 초라한
잊힌 들꽃의 되살아남이여
저무는 가을 한 모퉁이의 숨결 같구나.

사람들은 너를 몰라봐도
빛이 화려함을 삼키는 계절의 뒤끝에서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피어난 그 모습
침묵처럼 깊고 오래 남는다.

어떤 아픔은 향기가 되어
누군가의 마음을 깊이 파고들고
언제나 늦게 그러나 분명하게 오는 것은
너를 닮은 그리움이 그렇다.

첫서리의 그림자를 품으며
너는 여전히 차가운 하늘을 본다.
사라짐을 품은 아름다움이며
이름이 쑥부쟁이지만 나는 너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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