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나리꽃 추억 - 信士 박인걸
돌담길 옆 길게 늘어진 노란 웃음들 사이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그 어린 뒷모습
작은 손등 위에 내려앉던 봄의 조각들 사이를
우리는 서로의 그림자를 길게 엮으며
꽃등 켠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네.
첫사랑의 문장조차 배우지 못한 채
샛노란 꽃은 세상에서 가장 고운 색이었고
너의 웃음소리는 꽃잎마다 옮겨붙어
바람이 불 때마다 길게 일렁였지!
그때의 하늘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네.
이제는 훌쩍 커버린 시간의 보폭 뒤로
꽃은 여전히 그때처럼 눈을 뜨지만
손잡고 걷던 그 좁다란 꽃길의 온기는
낡은 사진첩 속 빛바랜 얼굴처럼
먼 기억의 산책로에 고요히 머물러 있네.
지천으로 핀 봄꽃들이 다시 말을 걸어오면
나는 멈춰 서서 가만히 눈을 감아보네.
어린 소녀였던 너의 리본처럼 팔랑이던 꽃잎 하나
생의 한가운데 툭 하고 떨어지는 순간
어느덧 내 얼굴엔 다시 봄이 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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