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찔레꽃 아픔 - 신사 박인걸 햇살은 고요히 들길을 덮고 찔레꽃 하얗게 무리지어 피던 때 허기진 배 움켜쥔 아이들은 맨발로 들판을 아무렇지도 않게 누볐다. 가난은 들풀처럼 자라 몸을 감았고 버즘 핀 뺨 위로 바람이 지나갈 때면 배고픔에 초점 잃은 눈동자의 아이들이 찔레순 꺾어 허기를 달랬다. 별빛에 기대 잠든 슬픈 아이는 꿈속에서 찔레꽃 따다 어머니께 드리면 되받아 아이 입에 넣던 어머니는 말없이 찢긴 하늘을 바늘로 꿰맸다. 지금도 벌판에는 찔레꽃 피어 그 시절의 고요한 눈빛을 닮고 꽃잎 사이로 스며드는 굶주림의 기억은 이따금 바람 되어 가슴을 흔든다.